송이의 추모 공간
송이의 소중한 기억이 머무는 YAP-13 추모 공간. 사진과 편지를 읽고 촛불과 헌화로 그리운 마음을 전하세요.
송이 · 5살
2021.05.08 — 2026.08.24

아이에게 남긴 편지
내 사랑 평생 예쁜 나의 첫 고양이야 잘 자. 사랑해. 내 사랑아 안녕? 이제야 조금은 내려놓은 것 같아서. 어디에도 네가 남아있지 않은 이 집이 나한텐 조금 힘들다. 그만큼 나한텐 네가 정말 전부였나봐. 너도 그랬을까? 그렇지 않았대도 괜찮아. 그래도 내가 너의 전부였다고 해주라. 늘 집에 오면 창문에서부터 반겨주던 자다가도 일어나 부시시한 모습으로 문 앞에서 인사하던 잠 오면 자야 한다고 방에 가자며 떼쓰던 기타만 잡으면 옆에 앉아 좋다며 올려다 보고 골골 거리던 언니 예쁜 고양이~ 하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던 늦은 오후에 일어나면 내 위에 올라와 앉아 불러 깨우던 나 말곤 곁도 안 주고 내가 없어야 엄마 아빠랑 자던 그런 네가 내 옆에 없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. 네가 그렇게 가고 언니는 한참을 정신없이 살았어. 일부러 더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늘 술에 찌들어서 집에 왔어. 네가 싫어하는 술 냄새를 가득 품은 내가 작은 상자에 담긴 널 품었고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지쳐서 잠들기를 몇 날 며칠을 반복했어. 그러니까 네가 꿈에 나오더라. 정말 괜찮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늘 그랬던 것처럼 내 위에 앉아 골골 거리면서 날 쳐다보고 있는 네가 말이야. 나도 모르게 널 계속 만지고 계속 안고 계속 뽀뽀 했다? 그러다가 정말 햇빛이 꿈이 맞다는 듯 날 깨우더라. 또 하염없이 울었어.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말이지. 널 처음 데리고 온 날이 아직도 생생해. 완두콩 같던 너의 눈도 날 보며 야옹 거리던 네 목소리도 젖도 못 뗀 아가였어서 날 꼭 잡고 내 옷을 빨던 것도 부랴 부랴 분유도 제일 좋은 걸로 사서 안아 먹였던 것도 아가라 화장실도 못 가릴 줄 알았는데 배변 실수 없던 것도 형제들 버리고 와서 외로워 내 옆에서 꼭 잠들었던 것도 능이 데리고 오니까 밝아진 것도 그 하루가 나한텐 정말 선물 같았어. 하루 하루 지날 수록 네 존재가 너무 커졌어. 내 우울에 내 슬픔에 엉겁결에 데려온 너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넌 내 세상이었다. 내 전부였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작은 보물이었어. 물론 지금도 넌 내 보물이고 앞으로도 그럴테지. 언니 작은 아기 고양이야. 언니 예쁜 고양이야. 내 사랑. 내 보물. 내 송이. 언니가 맨날 나가 살라고 장난쳐서 미안해. 이제 좀 들어와서 살면 안될까? 언니보다 하루 먼저 죽으라고 해서 미안해. 그 말에 네 삶이 짧아진 것 같아. 아프지만 말라고 해서 미안해. 그래서 아픈 것 같아서. 더 좋은 거 더 예쁜 거 더 맛있는 거 하나 못 해줘서 미안해. 내 생보다 훨씬 짧은 네 생에 난 그리 빛나는 삶을 네게 주지 못 한 것 같아. 네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. 모든게 처음인 네 옆엔 늘 내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줘서 내가 그렇다고 네 옆에 있으면 진짜 혼자 남은 능이는 너무 슬프잖아. 천천히 걸었다가 좀 자다가 구경도 좀 하고 우리 애기 새도 만져보고 땅도 밟아보고 풀도 뜯어보고 쥐도 잡아보고 고양이잖아 그치? 하늘에 예쁜 고양이가 없었나봐. 이렇게 예쁜 널 이렇게도 빨리 데려간 걸 보면 말이야. 송이야 언니가 얼마전에 반려동물은 원래 아기로 오려다가 빨리 만나고 싶어서 동물로 온 거라는 글을 봤거든? 언니가 너한테 마지막에 아무 걸로도 오지 말라고 이 슬픔을 작은 네가 어떻게 견뎌내냐고 그랬잖아. 그냥 와주면 안될까? 보고 싶었다고 막 뛰어와주라. 이번엔 언니 말 안 들어도 되니까 네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제발. 사랑해. 온 몸을 다 바쳐서 사랑해. 네가 내 첫 고양이여서 너무 좋고 너무 행복했어. 처음이라 언니가 많이 부족하고 서툴렀어도 이해 해줄 수 있지? 우리 아기는 착한 고양이니까 ㅎㅎ 성격 급한 내 고양이. 언제든 좋으니까 언니한테 와줘 또. 네 6년이 헛되지 않았길. 야옹이 별에서 언니 예쁘게 기다리고 있어. 언니는 막 뛰어갈테니까 마중 나와줘 늘 그랬듯. 알았지? 사랑해 평생 안 잊을게. 널 늘 내 한 켠에 둘게. 운거 배로 웃을게. 뒤돌아보지말고 천천히만 가. 평생 언니 예쁜 고양이야. 보고 싶다. 송이야 언니는 아직도 너랑 함께한 평생에 그 삶에 그 하루에 살아 언니가 늘 미안하고 늘 고맙고 늘 사랑해. 또 술 먹었다 그치 ㅎㅎ 사랑해 진짜 사랑해 언니는 너 없으니까 못 살겠어.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그 땐 내가 꼭 달려갈게. 그 땐 언니가 바깥 구경 계속 시켜줄게. 예쁜 내 고양이 끝까지 아프게 힘들게 해서 미안해. 언니 욕심에 지꾸 널 붙잡아서 미안해. 널 놔줄 생각은 없어. 언니 마음 알지? 넌 잘 알 거라고 믿어. 계속 꿈에 나와서 언닐 계속 울리고 계속 널 떠올리게 해. 그게 아녀도 널 생각 할테지만. 그래도 꼭 언니 옆에서 언닐 생긱한다고 보여줘. 언닐 봐줘. 언니 힘들어서 미치겠으니까. ps. 언니 이제 집 들어가면서 송송이~ 이거 안 해. 대신 방 가서 네 사진 만져 ㅎ 잘 보고 있어. 언니 엄청 잘 살게. 꼭 그럴게. 약속할게.